1940년대의 일본에 대해 분석한 흥미로운 책 <국화와 칼>
<국화와 칼>은 일본 문화의 뿌리와 그 전반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 루스 베네딕트는 미국과 일본이 전쟁할 당시 2년 간 일본의 문화에 대해 연구하고 분석했다고 한다. 인류학자로서 최대한 다양한 시선에서 편향적이지 않게 서술하려 하는 모습이 잘 드러나며 내가 이해가 안갔던 일본인의 분위기나 특징들을 잘 이해시켜 주는 책이다. 상당히 인상 깊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상당히 오랜 시간 전부터 책장 한켠에 꽂혀있던 책이다. 당시 일본어 공부에 몰두했던 나는 '언어는 그 문화를 대변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이 책을 샀었다. 앞 부분만 읽다 말았는데 독서에 재미를 붙인 최근에 다시 읽기 시작하여 며칠 전에 완독을 하였다. 확실히 번역투가 묻어나오는 글은 직관적으로 글이 와닿지가 않기도 하고 내 집중력도 영 좋지 않아 이번에도 완독하기까지 조금 오래 걸렸다.
일본인에 대한 키워드를 간단하게 잡자면 '명예'와 '위계'이다.
'위계'는 우리나라에도 있는 유교적 사상과 비슷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인들에겐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위계가 존재한다. 천황 쇼군 다이묘 등 여러 계층으로 나뉘는데 그 계층간의 선이 아주 명확하다. 천황이 해야할 일, 쇼군이 해야할 일 등이 아주 자세하게 구분되어 있었고 서로 그러한 선들을 넘볼려 하지도 않았고 상당히 존중했다. 분명히 계층간의 불만은 있었지만 그걸 계층을 넘어서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천황을 제외한 모든 계층이 자신이 해야할 의무를 다 하지 못했을 때 그 누구도 존경받을 수 없었다. 그만큼 일본인들은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을 아주 싫어하고 스스로를 억압하는 삶을 명예롭다고 생각한다.
'명예'를 더럽혀진 일본인들은 어떨까? 일본 사회는 자신의 명예를 더럽힌 자는 어떻게든 복수하는 것을 어느정도 용인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나보다도 윗 계층이 나의 명예를 더럽혔을 때 복수의 칼날을 갈고 복수를 해내야만 하는 것이 명분이고 그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선과 악의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명분이 정당하므로 복수를 하여 죽인 후 '위계'를 거슬러서 자살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명예'이며 이것이 일본인이 생각하는 '선'인 것이다. 아무래도 선악에 관련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회피해 온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자유를 갈망하고 일본인들은 스스로를 억압하는 삶을 산다. '위계'적 틀에 맞추는 것이 '명예'라고 생각하기에 서로 눈치를 주는 사회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왜 진주만을 폭격했는지 미국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침략의 근거는 이러한 '위계'에 근거한 존경을 받기 위함이었고 이는 무력을 통해서 얻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패전 후 천황의 목소리를 통해 전쟁을 멈춘 일본은 연합국에 대한 환대와 우호적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 이는 패전국으로서의 '명예'를 옹호하는 태도였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본인 특유의 문제는, 일정한 법도를 지키며 행동하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행동 동기를 인정해 줄 것이라는 안도감에 의지하여 생활하도록 길들여졌다는 것이다.
<국화와 칼> 中
해외 살면서 일본인을 만나면 항상 공통적으로 느꼈던 부분이 있다. 거의 친절하지만 항상 경직된 태도를 보이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식떤다'고 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이 책을 읽고 강하게 느꼈던 점은 일단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든 국력으로든 강대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 서술되어 있는 내용이 맞다면 우리가 약해졌을 때 일본의 '명예'에 모욕을 주는 행동을 한다면 그들은 언제든지 '위계'를 바로잡기 위해 전쟁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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