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진화와 지능을 엮어 쓴 책 <지능의 역설>
'지능' 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IQ를 연결짓는다. 이 책은 지능을 특정 단어로 묘사될 수 있게끔 단순하게 정의하지 않았다. 이를 우리 조상의 진화 과정에서 생겼을 법한 일들과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통계낸 자료로 추론하는 일종의 과학 서적이라 볼 수 있겠다.(다소 과학이라 하기에는 무거운 면도 있다. 가벼운 책이니 가볍게 읽으면 된다.) 지능이 인간의 큰 가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이를 부정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쓴 책이라 하니 염두 해두고 읽으면 될 것 같다.
책의 내용이 다소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반박 시 당신 말이 맞으므로 나는 책에서 서술된 내용을 토대로 글을 쓸 뿐이라는 것을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키워드는 '보편성'
모든 인류가 가지고 있는 공통된 보편적인 가치가 있다. 예를 들면 의식주가 대표적인데 이를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돈'이다. 따라서 '돈'은 행복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인 것을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인류는 빠르게 진보했지만 우리의 뇌는 그렇지 않다. '우리의 뇌는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나 상황은 잘 이해할 수 없으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이것을 작가는 '사바나 원칙'이라고 명명하였다.
우리의 선대들은 야생에서의 생존을 위한 행동을 해왔고 그 행동이 생존에 유리한 것이었으면 그것이 보편적인 인류의 행동 방식이었을 것이다. 여기에서의 보편성은 인류가 가지고 있는 '일반 지능'이라고 명명한다. 하지만 사바나 원칙에 의해 현대 사회는 우리의 뇌가 따라잡기 힘들만큼 새로운 것 투성이기에 원시의 뇌 관점에서 우리의 생존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행위들은 새로운 것이며 진화의 관점에서 새로운 기호나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가 소위 말하는 'IQ가 높은, 지능이 높은 사람'들의 정체이다.
예시(책에 통계 관련한 내용들은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1. 진보주의자가 보수주의자보다 지능이 높다. 다만 상식의 결여로 어리석다.
진보주의자는 결과의 평등을 중시하며 보수주의자는 기회의 평등에 중점을 둔다. 상식은 인류의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익숙하고 당연하면서 보편적인 것이다. 지능이 높은 진보주의자는 상식이 없지만 지능이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주의자는 현명하다. 현실적인 상식이 있는 것이다.
2. 신을 믿는 사람보다 믿지 않는 사람이 지능이 더 높다. 다만 진화론적 관점에서 생존은 불리하다.
길을 가다가 사과가 머리 위에 떨어졌다 ->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 -> 누가 내 머리에 사과를 떨어트렸는가? 우연인가? 아니면 의도적인 결과인가? -> 결정을 내린다.
방금 서술한 프로세스로 인해 신앙심이 생길 수도, 죽음에 이를 수도, 올바른 추론을 할 수도 있다. 밑에 정리된 표가 있다.
제 2종 과오의 결과는 죽음과 직결되어 있지만 제 1종 과오의 결과는 단순한 피해망상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신을 믿는 것이 합리적이며 이것이 책에서 말하는 신앙심의 기원이라 말한다. 저런 믿음이 보편성을 가지게 되어 전인류적으로 신앙이 생기게 된 것이다. 과거에 죽음과 직결되는 추론을 하는 사람들은 보편적이지 않으며 지능이 높았다.
3. 아침형 인간보다 저녁형 인간이 지능이 높다.
원시의 뇌는 저녁엔 자고 아침에는 깨어있게 세팅이 되어있다. 그걸 거스르는 것은 보편적이지 않다.
4.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보다 지능이 높다.
책에서 가장 강하고 확실하게 말하는 예시이다. 지능과 동성애는 확실한 상관관계가 있다.
5.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술, 담배, 마약 등에 손을 많이 댄다. 또한 저지르기 쉬운 범죄가 정해져 있다.
술, 담배, 마약은 당연히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질적인 것이므로 그러하다. '살인' '강간' 등 원시 시대에도 흔했던 단순 범죄들은 지능이 낮은 사람들이 일으키지만 내부 거래, 횡령 등 경제 관련한 범죄 영역에서는 진화적 관점으로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범죄이다.
그 외에도 여러 예시가 통계와 함께 나와있다.
결론
지능이 높은 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이다.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는 인간을 나타내는 궁극적인 지표가 될 수 없다. 그저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좋을 뿐이다. 그러므로 지능이 높은 것은 역설적으로 다른 부분에서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이니 이것을 궁극적 가치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느낀 점
고등학교 시절까지 이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IQ가 높을 수록 인생을 살기 좋을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했다. 실제로 IQ가 높을수록 높은 성적을 얻기가 유리하고 학벌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대 이후에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니 머리가 좋다고 해서 다른 면이 비례하게 좋지만은 않았다. 사회성, 창의성, 직관 등 사람마다 가진 능력치는 다르며 그 능력치도 직관적으로 살펴보면 정규분포표처럼 잘하는 사람들은 극소수로 정해져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IQ같은 지능은 별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관점에 매우 동의하는 바이다.
약간이나마 아쉬웠던 점은 지능이 높은 것 말고 지능이 낮은 쪽도 대조군을 잡아 통계를 비교해봤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전체적인 포커스가 '지능이 높은 것이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다'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책의 제목 때문에라도 지능이 높은 쪽을 대부분 비교하는 점이 어쩔 수는 없지만 낮은 쪽도 비교하다 보면 흥미로운 사실 몇 가지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일하면서 정말 무능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몇 있는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이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 번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외골수 기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책이니 읽기 전에 한 번은 고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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